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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했던 날 ...................................(수주연32)

이름
:  정바오로신부  작성일 : 2003-08-09 15:38:03  조회 : 7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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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8월 10일 연중 제19주일 ,
                                저의 졸필을 수원교구 주보에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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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성했던  날  ********

                                        이웃은 제2의 나


어떤 이가 며칠 전 “신부님! TV 보세요?”하고 묻는다.
“물론입니다”
“어떤 프로를 잘 보세요?” 
“전 ‘역사스페셜’은 꼭 보고 어떤 때는 녹화까지 하는 극성팬이고, 또 한 가지를 대라면 ‘프로농구’를 참 좋아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얼마 전에 아파트에서 투신...”
“아, 예! 보았습니다” 했더니
“어떻게 생각하세요?”한다. 

한 어머니와 자녀가 투신자살한 그 뉴스를 TV를 통해 보았다.
그 순간 나의 시간은 정지되었고, 숨이 막히는 아픔을 느꼈다.
라면을 먹은 후 어머니가 자녀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뛰어 내려 고귀한 생명을 내어 던졌던 그 사건....

죽고 싶지 않다는 자녀들의 몸부림도 소용없이 죽음의 길을 택해야만 했던 그 어머니의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깝고, 한 숨이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그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가?’라고 따지기에 앞서, 내가 그들의 이웃이 되어주지 못함에 부끄러웠다. 그때 문득 옛날에 읽었던 글이 떠올랐다.

“擊鼓催人命  回頭日欲斜    격고최인명,  회두일욕사
  黃泉無一店  今夜宿誰家    황천무일점,  금야숙수가.”
       
“북치며 이 목숨 재촉할 때  /  머리를 드니 해는 서산에 지려 하누나
황천길 주막 하나 없다하니  /  오늘 밤은 누구의 집에서 쉬리오.”

형장으로 끌려가는 죄수는 이제 이 세상과 작별을 앞두고 더 살아야 할 세상에 대한 아쉬움과 처형당해야 할 고통에 맘은 헤아릴 길 없는 괴로움으로 가득 찼다.

죽음으로 가는 길에 입은 점점 타는데 막걸리 한 사발을 함께 나누며 자신을 위로해 주는 사람 없고, 지치고 고달픈 몸 잠시 편히 쉬어 가라고 쪽방 하나 내어주는 이 하나 없는 절박함을 한탄하는 시이다.

아이들과 동반 자살한 그 여인도 이와 같은 심정이었을까? 이 세상이 너무 캄캄해 더 이상 한 발짝도 뗄 수 없는 상황이었을까? 그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 줄 이 아무도 없었단 말인가? 

마음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절박한 아쉬움과 회한들이 나를 아프게 한다. 난 왜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었을까? 이 어려운 세상 함께 이겨내자고 용기를 주지 못했을까?

마테오 리치는 <교우론>에서 이웃은 “제2의 나”, 즉 “이웃은 또 다른 나”라고 피력한 글이 생생하게 떠오르게 하는 순간이다.

우리의 신앙 선조, 우리의 순교자들이 “나보다 더 이웃을 사랑했던 아름다운 모습”이 나에게도, 온 세상 모든 이에게도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기를 기도한다. ‘나는 이웃을 얼마나 내 몸과 같이 생각하고 사랑하고, 용서하고, 도와주며 더불어 살았는가’를 반성하는 날이었다.

                                                             


                                          구산 성지 주임 정종득(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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