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4월 27일 부활 제2주일 주보에 연재된 글입니다. ************************************************************ 여주 순교자들의 이야기 <1>
****** 부활 대축일의 박해 ******
1800년 봄 부활대축일 점심 무렵. 경기도 여주 교우들은 남한강변으로 나가 갈대로 둘러싸여 있는 한적한 시골길을 골라잡았다. 그리고 집에서 장만해 온 개고기와 막걸리를 사이에 두고 둘러앉아 큰소리로 희락경(喜樂經, 부활 삼종 기도)을 바쳤다.
희락경을 바치는 교우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하였다.
○ 텬샹의 모후여, 즐기쇼셔, 알네뉘아 (하늘의 모후님, 기뻐하소서. 알렐루야) ● 임의 너가 잉신 쟈가, 알네뉘아 (태중에 모시던 아드님께서, 알렐루야) ○ 젼에 신 말대로 부활야 계심이로다. 알네뉘아 (말씀하신 대로 부활하셨나이다. 알렐루야) ● 우리들을 위야 텬쥬 비쇼셔. 알네뉘아 (저희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주소서. 알렐루야) ○ 동졍 마리아여, 깃버시며 즐기쇼셔. 알네뉘아 (동정 마리아님, 기뻐하시며 즐거워하소서. 알렐루야) ● 쥬가 으로 부활하야 계심이로다. 알네뉘아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나이다. 알렐루야) ┼ 빌지어다. (기도합시다) 텬쥬여, 임의로 네 아 오쥬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심으로 온 텬하 즐겁게 신지라.… (하느님,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온 세상을 기쁘게 하셨으니...)
그들은 기도를 드린 다음 음식을 들기 시작하였다. 막걸리 잔이 몇 차례 오간 뒤 이중배(마르티노)와 원경도(요한)가 선창을 하자, 다른 교우들이 모두 일어서서 바가지와 술통을 마음껏 두드려가면서 장단을 맞추어 따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노래가 끝나면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고 나서는 또다시 노래를 부르며 부활축제를 해가 다 저물도록 계속하였다.
1800년 3월 여주 고을의 교우들이 부활 대축일을 지내던 모습을 기록한 황사영(알렉시오)의 <백서> 내용이다. 당시의 신자들은 비록 일정한 전례 형식을 알지는 못했을지라도 부활의 본뜻을 알고, 여느 때보다 이 날을 즐겁게 지냈다.
그런데 교우들이 이처럼 한데 모인 것이 화근이었다. 언제나 밀고자와 박해자들은 이런 때를 틈타서 교우들을 체포하거나 교우촌을 습격하곤 하였다.
이로부터 15년 뒤, 경상도에서 시작된 을해박해도 바로 부활 대축일에 시작되지 않았던가.
여주 강변에 교우들이 모여 즐겁게 지내던 바로 그 날. 천주교를 시기하던 무리들은 ‘사학쟁이들이 강가에 잔뜩 모여 있다’고 여주 관아에 밀고하였다. 포졸들이 사학쟁이를 잡으러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여주 관장은 그 이전에 이미 자기가 다스리는 고을에 사학쟁이들이 많다는 소문을 듣고는 어떻게 하면 사학쟁이들을 잡아들여 공을 세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오던 인물이었다.
밀고 내용을 들은 관장은 무릎을 쳤다. 자신이 생각해 오던 바로 그때가 온 것이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군교를 불러 나졸 무리들을 데리고 가서 즉시 사학쟁이들을 잡아 대령하라고 명하였다.
그때까지 부활의 벅찬 기쁨을 노래하면서 환희의 잔치와 기도로 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던 교우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그들은 군교와 나졸들의 습격을 받고 이내 오랏줄에 꽁꽁 묶이고 말았다.
이때 이중배(마르티노)와 원경도(요한)가 옥으로 끌려가는 교우들 무리의 맨 앞에 서 있었다.
........ 여주순교자들의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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