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구산(龜山) 인가
한강의 물줄기인 남한강과 북한강은 두미협에서 만나 북쪽으로 물길을 틀어 미사리의 모래밭을 적시고, 서쪽으로 흘러 서울로 들어가게 된다. 이처럼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 물을 굽어 내려다보는 존재가 있었으니, 거북이 모양으로 홀연히 솟은 언덕, 즉 ‘거북 구’, ‘뫼 산’의 ‘구산’(龜山)이다. 산이라기보다 언덕(48.5m)에 가깝지만, 한강 뱃길을 건너는 뱃 사공들에게는 길을 안내해 주는 소중한 이정표였다.
이 구산 마을에 김성우 성인을 시작으로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고 싹이 움트기 시작하여 온 마을이 신앙 공동체를 이루었다. 이제 하느님께서 구산 마을의 삶의 이정표가 되어 주셨고, 마침내는 순교의 얼이 스민 ‘구산 성지’가 되었다.
구산 마을은 북쪽으로 한강을 끼고 강변 안쪽 언덕에 소나무 숲이 울창하여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아 은둔지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러나 한강의 물길을 따라 오가는 사람들에게는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구산 마을의 입지 조건은 일찍부터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고 싹이 터서 열매를 맺게 하는 바탕이 되었다.
● 거룩한 땅 이다.
구산성지는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의 묘소를 비롯하여 김덕심(만집, 아우구스티노) 등 아홉 분의 순교자들의 무덤이 있는 유서 깊은 교회사적지이며, 순교자의 얼이 스며있는 거룩한 땅이다.
● 신앙의 고향이다.
구산성지가 있는 구산마을은 박해시대(1830년)부터 지금까지 170여년 동안 신앙을 지켜온 교우촌이다. 지금도 순교자의 후손들이 그 정신을 지켜오고 있는 은총과 평화가 가득한 신앙의 고향이다.
● 복음사의 징검다리요 완성지이다.
한국 천주교회의 요람지라고 일컬어지는 광주 땅의 신앙이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에 의해 한양 포도청으로, 김만집 아우구스티노와 일곱 분의 순교자들에 의해 광주 땅 남한산성으로 전해짐으로써 한국 교회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더욱이 순교자들의 시신이 안장됨으로써 이 땅의 복음사를 완성하고 있 다.
또한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과 순교자들의 후손이 대를 이어 이 곳에 정착하면서 일제 강점기 때는 3.1운동을 주도하였고, 한국 전쟁 때에는 성직자들의 피신처가 되기도 하는 등 한국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복음적 사명을 이어갔다.
● 은총 가득한 성지이다.
선조들의 신앙과 용덕을 삶 속에서 실천하고, 그분들의 전구로 은총을 받으려는 우리들의 마음이 모여 지금의 구산성지가 탄생했다.
대를 이어 순교로 신앙을 증거한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 집안은, 갖가지 형태로 위협받고 있는 오늘의 우리에게 신앙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신앙의 성장을 열망하는 이들과, 지치고 냉담한 이들은 구산성지를 순례하면서 신앙의 열정을 되찾고 진정한 평화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여인으로서, 어머니로서 일상 생활에서 무엇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셨을까?
조선시대 여인이라면 곡식을 빻거나 찧고 떡을 만드는데 쓰였을 절구와, 곡식을 가는데 쓰는 맷돌이 가장 많이 쓰는 생활 도구였을 것이다.
그러한 절구와 맷돌을 담은 성모님 뜰을 그려보았다.
성모님 뜰의 구조
1. 성모님 화관 : 뜰을 위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이는 성모님 왕후 화관을 상징한다.
2. 하늘의 여왕이시며 우리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대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3. 12개의 별 : 뜰 안쪽 사이사이에 있는 구멍은 성모님의 화관을 장식한 12개의 별을 상징한다. 모든 구멍은 아기 예수님을 안고 계신 성모님을 향하고 있다. 나의 시선을 성모님께 고정시킴으로써 성모님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재료로 돌기와를 쓴 것은 한국적인 전통을 간직하기 위해서다. 기와로 된 틀 위의 많은 돌들은 묵주알을 의미한다. 묵주알들이 내 안에 쌓이기를 바라며…
예수님의 첫 기적이 갈릴래아 지방 가나에서 일어난다.
잔칫집에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성모님께서는 예수님께 이 사실을 알리고 하인들에게는 예수님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이르신다.
예수님께서는 하인들에게 6개의 물동이에 “물을 가득히 부어라.”고 명하신다. 예수님께서는 물을 술로 변화시키신다.(요한 2, 1-12 참조)
항아리는 바로 우리 자신의 본성이다.
내 것으로 가득 채워진 항아리를 주님의 것으로 채우는 데 도움을 주시는 분은 바로 성모님이시다.
본성에 감춰진 우리의 나약함을 예수님께 말씀드려, 예수님 마음에 드는 이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시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본성적인 우리의 항아리가 영적인 기쁨으로 채워지게 된다.
어머니!
제 항아리가 주님 은총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전구해주소서, 아멘.
Sketch Story 뜰을 감싸고 있는 회양목.
회양목은 도장·지팡이·조각재로 쓰이며 가지와 잎은 약용으로도 쓰인다.
매우 단단하고 갈라지지 않아 박해시기에 묵주알을 만드는 데도 많이 사용되었다.
초봉헌기도문
저는 기도할 줄 모릅니다. 당신께서 이끌어 주십시오. 제 마음을 이 초에 담아 바칩니다.
저와 저의 가족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12,46)
예수님께서 세상의 빛이셨듯이 저 또한 세상의 작은 불꽃이게 하소서
예수님을 성전에 바치셨듯이 주님께 제 마음을 바치게 하소서.
주님께서 모두에게 모든 것을 주셨듯이 저의 부족함까지 주님께 드리게 하소서.
주님, 제가 봉헌의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도움이신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거북이산 작은동네, 구산마을 주님의빛, 생명의빛 구원의빛, 마을전체 비추었네 비추었네, 생명놓고 더욱귀한 생명얻네, 이몸팔아 주님샀네 횡재장사, 모두와서 그몸팔아 횡재하세, 천당에서 또만나세 형제들아.
그러다가 박해가 일어나자 교회의 동정을 살피려고 사기그릇 행상인으로 꾸민 뒤 서울로 올라가… (토마스 순교자의 증언록)
옹기와 옹기가마는 박해시대를 살았던 신앙 선조들에게 중요한 생계수단이었고 복음전 파의 수단이었으며 생활의 터전이었다.
옹기장사를 통해 생계를 꾸리고 박해를 피해 옹기 속에 교회 서적물, 성물 등을 숨겨서 다른 지역에 사는 신자들에게 전달하였던 것이다.
남의 집에 들어가기 쉬운 옹기장이라 는 신분을 이용해 복음을 전파하기도 하고, 교우 가정에는 미사 전례와 고해성사, 신자들의 모임, 교리등을 알려주기도 하였다.
옹기없이 다른 집에 들어가면 의심을 받을 수있기에 옹기 중 마지막 옹기는 팔지 않았다.
성지마당
“나는 알파와 오메가, 곧 처음과 마지막이며 시작과 끝이다.”
(요한 묵시록 22,13)
마당 앞부분은 흙을 이용하여 알파(Α)와 오메가(Ω)를 형상화 하였다.
우리 삶의 희노애락이 천주님 안에서 시작하고 천주님 안에서 마쳐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 곧 처음과 마지막이며 시작과 끝이다.”
(요한 묵시록 22,13)
마당 앞부분은 흙을 이용하여 알파(Α)와 오메가(Ω)를 형상화 하였다.
우리 삶의 희노애락이 천주님 안에서 시작하고 천주님 안에서 마쳐져야 하기 때문이다
안당(安堂)은 무슨 뜻인가. 한자의 의미대로 <편안한 집>이라는 말인가?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의 안당은 안토니오의 한자식 표현이다. 신앙 선조들은 안토니오를 안당이라 불렀다.
안당문은 김성우 성인 집으로 들어가는 대문이다.
이곳에 들어오면 삶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한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과 구산 순교자들의 묘소가 있어, 그분들의 신앙심과 영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이곳은 구산성지의 가장 핵심적인 곳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거룩한 곳에 머무르며 자기를 버리고 순교자처럼 살 것을 다짐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구산 순교자의 삶 처럼 우리의 삶도 변화될 수 있도록 성인께 전구를 청하며 주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청해야 하겠다.
“김(金星禹) 안당이 성교 일로 잡혀 형벌을 당하여 죽삽고 다른 죄목으로는 죽었다하는 말을 종내 듣지 못하였습니다. 김(金星禹) 안당이 포청에서 형벌 받은 분수(分數)는 모르오나 치도곤(治盜棍) 맞았다는 말을 듣삽고, 또한 죽은 후 시체를 본즉 이마에 모래 박히고 코가 깨어지고 입에 모래를 물고 목이 잘크러지며 볼기 살이 다 떨어져 뼈가 드러난 것을 친히 보았습니다.
김(金星禹) 안당 치명한 후에 시체를 포청 에서 어떻게 내어왔는지 모르오나 즉시 일가 사람들이 찾아 구산으로 내려다가 염습(殮襲)하여 선산(先山) 근처에 장사 지내었으니, 죄인이 그 산소에 여러 번 다녔습니다.”
이 성인 묘역은 안장된 후 오늘날까지 줄곧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그러나 한 때 큰 위기가 있었다. 일제강점기 수로사업으로 인해 성인묘역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위기에 처했을 때, 천신만고 끝에 300여 평을 확보해 성지 조성의 근간을 마련했다. 성인의 묘소는 유해와 진토가 그대로 안장되어 있는 진묘(眞墓) 이다.
구산에서 태어나 천주신앙에 온 생애를 바치고 포도청에서 순교하여 다시 고향 마을에 묻히신 김성우 성인(1795~1841).
그분의 순교 정신은 시대를 초월해 지금 이곳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
“만물을 보고 마음을 들어 천주를 향하여 사모하라”(천당직로 中에서)
안당문을 넘어서면 사계절 화단이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화단은 우리나라의 사계절을 대표하는 꽃으로 꾸며져 있다.
자연은 하느님께서 정해주신 질서에 따라 자기 몫을 다한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 인간의 삶이기도 하다.
세상 만물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창조되고 계획대로 움직여지듯, 우리의 삶도 그분의 뜻대로 이루어지고 하느님께 영광이 되기를 바란다.
Sketch Story 화단에 있는 기둥을 통해서는 우주의 모든 만상을 기둥에 사각형(땅)· 각형(하느님)·원(하늘)으로 표현했다. 또한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하느님을 알아 공경하고 인간의 목적지인 천당에 도달하는 과정을 표현했다.
화단을 돌아보시는 순례자들에게 말씀 씨앗을 드립니다.
예쁜 씨앗이 뿌려져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듯이 여러분과 온 세상 곳곳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져 그리스도의 꽃이 만발하기를…
모든 피조물아 주님을 찬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