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5월 11일 부활 제4주일 주보에 연재된 글입니다. **************************************************************
여주 순교자들의 이야기 : 이중배 마르티노 ②
**** 아버지! 사랑합니다만... ****
형벌을 받을 때마다 교우들은 이중배(마르티노)의 굳센 용기와 격려로 힘을 얻어 굳건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관장의 형벌은 이중배(마르티노), 그 안에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였고 그의 옥중 생활은 6개월이나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촌인 원경도(요한)의 늙은 여종이 옥으로 찾아와 원경도(요한)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갖은 말을 다하였다. 이를 본 이중배(마르티노)는 즉시 그 여종에게 다가가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았고, 이에 겁을 먹은 여종은 스스로 물러갔다고 한다.
그리고 이중배(마르티노) 자신도 가족의 유혹을 받아야만 하였다. 늙으신 그의 부친이 옥으로 찾아와 “너는 백발이 성성한 아비를 두고 먼저 죽으려 하느냐”고 눈물로 호소하였기 때문이다. 이때 그는 오히려 다음과 같은 말로 부친을 설득하였다.
“아버님, 저는 효의 근본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님도 저와 같은 신자이시니, 부자의 정을 넘어 더 높은 곳에서 이 사실을 바라보셔야 합니다. 인정에 끌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배반한다면, 장차 그분에게 어떠한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중배(마르티노)는 본래 의술을 조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옥중에서 보여준 그의 의술은 평소 같아서는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적과 같은 효험을 나타냈다고 한다. 주님께서 그의 용덕을 보시고 환자를 치료하는 은혜를 상으로 주신 것 같았다.
실제로 그는 환자를 돌볼 때마다 먼저 주님께 도우심을 청하고 침을 놓거나 약을 처방해 주곤 하였으니, 이러한 기도가 효험을 더해 주었음에 틀림없다. 이때의 목격자들은 한결같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 로 옥문이 장터 같을 정도였고, 모든 이들이 그 효험에 놀라워했다”고 전하였다.
그러자 옥리들은 그에게 의서(醫書)를 보여줄 것을 청하곤 하였다.
“당신의 치료가 효험이 있는 것을 보니, 분명 당신에게는 대단한 의서가 있을 것이오.”
“내게는 의서가 없소. 나는 다만 천주님을 공경할 뿐이오. 당신도 의술을 배우려거든 먼저 주님을 믿으시오.”
“책이 없다면 어찌 배울 수 있단 말이오?”
“내 마음 안에 없어지지 않는 책이 있으니, 어찌 주님을 받들도록 가르치는 데 족하지 않을 리가 있겠소.”
1800년 10월에 이중배(마르티노)는 동료들과 함께 경기 감영으로 이송되어 다시 형벌을 받아야만 하였다. 그리고 다음해 신유박해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자, 경기 감사는 옥에 갇혀 있는 교우들을 다시 끌어내 형벌을 가하면서 배교를 강요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에 굴하지 않았으며, 동료들과 함께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서로 용기를 북돋워 나갔다. 감사는 마침내 그들을 어찌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런 다음 최후 진술을 받아서 조정에 보고하였고, 조정에서는 “그들의 고향으로 돌려보내 처형함으로써 그곳 백성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중배(마르티노)는 사촌 원경도(요한)를 비롯하여 함께 판결을 받은 동료들과 여주로 압송된 후 참수형으로 순교하였으니, 그때가 1801년 4월 25일(음력 3월 13일)로, 그의 나이는 50세 가량이었다.
이중배(마르티노)의 목을 벤 사람은 그 후 “피투성이가 된 희생자들의 망령이 쫓아온다.”고 하면서 강으로 달려가 빠져죽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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