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촌 답사기
구 홈페이지에 2009년까지 게재된 정종득 바오로 신부님의 글을 옮겨 온 것입니다. 현재 중단되어 있습니다.
제목아침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나?.........(수주연43)2021-04-21 04:21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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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11월 2일  연중 제 31주일.    위령의 날
                                저의 졸필을 수원교구 주보에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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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나?


  † 찬미예수님!  

  화려하게 물든 단풍들보다도 제법 쌀쌀해진 아침, 저녁의 날씨로 가을을 더 실감하고 있습니다.  가을!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이라고들 하지요. 이런 좋은 계절은 눈을 즐겁게 해주는 아름다움도 많겠지만, 영적인 풍요로움을 느끼고 체험해 볼 수 있는 때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주 좋은 기도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지난 9월 순교자성월의 어느 날, 신앙 선조들이 보시던 책들을 보던 중 우연히 <천주성교일과 -天主聖敎日課-> 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한 장 한 장 천천히 그 내용을 음미하며 책장을 넘겨 가는데, 저의 눈이 어느 한 곳에 고정 되어 더 이상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눈과 마음을 고정시킨 곳은 바로 <아침기도> 부분 중 아침기도 전에 우리가 ‘아침(새날)을 맞이할 때 하는 기도’였습니다. 

  이 기도문을 본 순간 저의 가슴은 주님을 만난 듯한 기쁨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뛰었습니다. (참! <아침기도>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과(早課)라고 했습니다.  신자로서 아침에 꼭 해야만 하는 일과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침을 여는 기도 ]

  “아침에 일어나 하루의 첫 햇살이 비출 때 모름지기 나에게 병들어 죽지 아니하고 평안함을 주신 천주님께 감사함을 기억해야 한다. 또, 기도하고 천주님께서 오늘 내가 죄를 짓지 않고 능히 착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이끌어 주시기를 구한다.  그리고 곧 일어나 천주 성상(聖像) 앞에서 십자성호를 긋고 절을 한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 먼저 이 기도를 바칩니다. 그리고 절을 하며 다음과 같은 경문을 바칩니다. 

(1) 일  배 (一拜) (첫 번째 인사) 
  저는 천주님을 굳게 믿습니다. 
  모든 사악하고 망령된 것을 다 잘라 버립니다.  

(2) 이  배 (二拜)  
  천주의 보우(은총)하심으로 
  저의 모든 죄를 전부 사해 주시기를 원하 옵니다. 

(3) 삼  배 (三拜) 
  만물 위에 지극히 선하시고, 
  지극히 완전하신 주님을 공경하고 사랑합 니다. 

(4) 사  배 (四拜) 
  온 마음으로 저의 죄와 허물을  뉘우쳐 아파하오며, 
  천주님께 다시는 죄를 짓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5) 오  배 (五拜) 
  간절히 기도하오니 성모님의 전구로 
  천주님께서 제가 선종할 수 있도록 은혜를 주소서.

  (한문으로 된 「천주성교일과」를 의역보다는 직역 한 것입니다.)  

  이렇게 ‘아침을 여는 기도’를 바치고, ‘오배’를 올린 다음 <아침기도>를 바쳤던 것이지요. 참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그리고 얼마나 감동스런 기도인지요. 여기서 절을 한다는 것은 주님  
앞에서 자신을 한 없이 낮추겠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수필가 피천득님의 글에서처럼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것’도 아름다운 기도이겠지만, 주님 앞에서 매일 아침마다 나를 낮추며 기도와 절을 드리고, 또 그분과 대화하는 것은 아름다움 이상의 감동이 있는 기도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다 만난 선조들의 가르침이 너무 아름답고 좋아서 저는 요즘 매일 아침 이 기도를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기도를 할 때마다 너무 기쁘고 하느님을 몸으로 체험하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그 옛날 우리의 신앙선조들은 아침, 저녁기도를 일상의 밥을 먹듯이 거르는 적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우리 수원교구 형제·자매님께서도 천주교인으로서 가장 필요하고, 가장 근본적인 임무인 아침, 저녁기도를 매일 온 정성을 다해 바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구산 성지 정종득(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