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11월 23일 연중 제 34주일. 저의 졸필을 수원교구 주보에 연재한 마지막 글입니다. ***************************************************************
우리가 성당에 들어갈 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성수를 찍어 성호를 그으며 '성수기도'를 바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제대에 큰절을 하는데, 이는 거룩한 성전에 들어서며 세례때 하느님께로부터 받았던 깨끗한 영혼의 상태를 다시 한번 상기하고, 또 바깥 세상에서 물들었던 세속적인 생각들을 씻어내어 거룩한 성전에 들기 합당한 몸과 마음을 준비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 생활 중에도 성수는 자주 쓰이는데, 예를 들면 기도를 하기 전이나 물건을 축복할 때 성수를 사용한다.
이렇게 성수는 전례 안에서나 일상 안에서 늘 가까이 하고 있다. 그렇다면 성수가 무슨 효과가 있기에 이렇게 가까이 접하고 있는 것일까? 먼저 우리의 신앙 선조들은 성수기도를 어떻게 하셨는지부터 이야기 하고자 한다.
신앙 선조들이 사용했던 기도서 중에 [수진일과 袖珍日課]라는 것이 있다. 애 책은 포르투칼 출신의 예수회 중국 선교사 디아즈(1574-1659)가 편찬한 한문 기도서인데 우리나라에는 18세기 후반에 전해져 한문본과 함께 내용 중의 일부를 한글로 번역하여 사용하였다.
책의 제목을 굳이 풀이하자면, 수진일과에서 수진(袖珍 = 수매 수, 보배 진)은 소매에 넣고 다니는 보배이며, 일과(日課 )는 하루에 해야 할 일이다.
그러므로 소매에 넣고 다니면서 천주교인이 바쳐야하는 보석같은 기도서라고 풀이 할 수도 있겠다. 지난번에 얘기했던 오배례도 이 기도서 안에 있다. 그런데 수진일과라는 이 기도서의 맨 첫 장에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성수기도가 나오는데 , 여기에는 '점성수경(點聖水經)'이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점성수경]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가톨릭 기도서] 86쪽에 있는 [성수기도]이다. 현재 우리가 바치는 기도와 약간의 느낌 차이는 이쓰나 내용은 거의 같다.
[수진일과]에 있는 [점성수경]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點聖水經( 점성수경)
吾主 以此聖水 滌滅我罪 病驅邪魔 拔除惡念 오주 이차성수 척멸아죄 병구사마 발제악념
풀이 : 우리 주님, 이 성수로써 나의 죄를 씻어 없애주시고 마귀를 내쫓아 달아나게 하시고 악한 생각을 뿌리 째 뽑아 제거 해버리소서.
우리들이 성당에 들어갈 때 또 일상 안에서 자주, 사용하는 거룩한 물 성수 !
내 어릴 적의 기억을 더듬으면, 성당 부속건물(사랑방)에 마귀 들린 사람들이 치유 받으려고 많이 왔었는데, 사람들이 마귀 들린 사람에게 성수를 뿌리면 '아 뜨거워, 아 뜨거워!" 하면서 펄쩍펄쩍 뚜는 모습도 보았고, 망부활(부활전야)미사 때 축성한 성수는 큰 은총을 받는다하여 그 물을 마시기도 하는 교우들도 보았었다.
여기 성수와 관련된 주문모 신부님의 일화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주문모 신부님이 한양에 머무르고 있을 때에 하루는 창골에 화재가 났었닫고 한다. 불이 오래 지속되자 주 신부님은 그 엄청난 피해를 딱하게 여겼지만, 박해시대였고 관헌들이 자신을 체포하고자 혈안이 되었던 급박한 상황이었기에 그 현장에는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송 필립보의 젊은 아들을 불러 불이 난 교우 집에 보내면서 불길에 성수를 뿌리라고 했다. 젊은이가 심부름을 하는 동안 주문모 신부님은 주님께 기도를 드리고 있었는데, 성수를 뿌리는 순간 즉시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폐허밖에 남지 않은 쪽으로 불길이 몰아쳐 피해를 줄얐다고 한다. 이처럼 성수는 예부터 우리 신앙안에서 큰 힘으로 작용해 왓다.
참으로 거룩한 물이다. 생명을 살리는 물이다. 이렇게 신비롭고 큰 힘을 가진 은총의 물 성수를 우리는 얼마나 정성을 다해 대하고 또 사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성당에 들어갈 때 이성수의 힘에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볼 일이다.
구산성지지기
정 바오로 신부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