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일반 역사답사를 경기도 중심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다닌다.
이번 주(7월 9일)에는 <안성>지역을 답사했다. 근데 나는 경기도 안성군 양성면 덕봉리에 있는 선조16년(1583년) 무과에 장원급제한 <오정방 고택>을 답사중에 사마리아 여인을 만났다.
답사중에는 그 지역 사람과 담소를 나누는 것이 답사에 큰 매력이다. 사실 나는 이것을 답사에 백미라고 여긴다. 한참을 고택주변을 돌아보고 있던 중에 밭에서 일하시는 할머니를 만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내가 가톨릭신부라는 것이 발각(?)되었다. (난 답사 갈 때 요란하게(?) 간다. 모자를 쿡눌러쓰고, 나침반을 목에 걸고, 고도계가 있는 시계를 차고, 복장은 매우 간편하면서도 답사에 편리하게 간다.-소지품이 제법 많기 때문이다)
그 할머니는 사복을 한 내가 진짜 신부이지 심문(?)을 한다. 우리성당에 신부님은 누구누구이신데 그 신부님 아세요. 내가 척척 대답하니까. 안심인가보다. (음- 틀림없이 신부님이시군.....속엔 말을 하는 것같다.)
내가 신부라는 것이 확실하니까
할머니는 당신 집에 가서 미숫가루 한 잔하자고 권하신다. 그래서 그 할머니 집에 가서 시원하게 한 잔하는데 사건은 이때부터 벌어지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우리 일행에게 미숫가루를 대접하면서 할머니는 "내가 오늘 예수님 만났어" "너무 기뻐"하시며 연신 방긋방긋이시다.
오히려 내가 "제가 예수님 만났는데요" "이 더위에 시원하게 냉차를 얻어 마셨으니까요 " "감사해요......할머니"
할머니는 질색을 하시며 "무슨소리! 내가 신부님 만났으니께...... 내가 예수님 만나째"
그러시면서 72세 되신 분이 정겨운 노란 주전자에 있는 음료수를 따르며 "사마리아 여인"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좔좔좔.... 궤차고 계신다.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의 만남을 이 별난 신부와 당신과의 만남으로 비교하신다. 참으로 놀랍고 기쁘기 형언할 수 없다. 천하를 얻은 기분이다.
그리고 할머니는 미숫가루와 사마리아 여인의 "생명의 물"을 비유로 말씀하신다.
난 뒤로 벌렁 넘어졌다. 아 -- 이런 분이 계시기에 교회는 살아있구나.
할머니는 미숫가루에도 예수님이, 생명이 있다. 모든 사물을 예수님의 눈으로, 마음으로, 생각으로 보고 계신 할머니 .... 너무 감사합니다.
할머니와 사진도 한방 박았습니다......그리고 기쁜 맘으로 다시 답사 길로 접어들었다. ............................................. 2001년 7월 15일 ****************다음번에 <사마리아 여인의 2탄이 이어집니다>ㅌ################ 기대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