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촌 답사기
구 홈페이지에 2009년까지 게재된 정종득 바오로 신부님의 글을 옮겨 온 것입니다. 현재 중단되어 있습니다.
제목그 책처럼 살고 싶다2021-04-21 03:55
작성자 Level 10

 +찬미예수님 

오래간만에 글을 올리게 되네요. 

요즘 제가  시성시복위원으로 있으면서 
어느 순교자에 (궁금하시겠지만 나중에 말씀드려야 할 것임) 대해 
조사해야 하는데 자료를 찾던 중에 굉장히 미안해야 할 책을 만나야만
했었습니다.

그 책은 다름아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옛날에, 약 17년전에 샀던 책입니다.
그런데 까맣게 잊고 거의 우리가 말하는 장식용책이 되어 버렸던 것이 
17년이 지난 오늘에서 햇빛을 보게, 주인의 사랑을 받게 되었던 것이죠.

그 책을 대하는 순간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더라구요 .
그런데 그 책은 오히려 반갑다고 인사를 하니 
내 모습은 그야말로 몸 둘곳을 몰라 허둥지둥 되었죠 

그 책은
내가 17년 동안 무심하게 해도, 
사랑을 주지 않았는데도
나에게 데모 한 번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내가 그 책이었다면 난 데모를 몇 번했을까? )

그는(그 책은)  분명 서운했을텐데 왜 나를 떠나지 않았을까?.........
그는 화날만도 한데 나에게 왜 화 한번 내지 않았을까?


나에게 이런 교훈을 주려고 떠나지도, 화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랑은, 우정은 ?
그저 하느님이, 이웃이 필요로 할때 까지 그 곁에 있는 거라고
그래서 17년간의 세월이 그에게는 단 17초도 안되는 세월이었으리라.

"내가(그 책) 그에게(나에게) 필요한 것이지 
(선택은 항상 타인의 몫이다)
나의 필요성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그의 필요를 내가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책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와같은 삶을 살 때
타인은 더 큰 덕(도)를 깨닫게 되리라 
더 큰 덕(도)을 얻을 수 있으리라 

"나도 이러한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자문해 본다.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소서

구산성지지기...................................정신부 올림 


작성일 : 2001-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