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9월 21일 연중 제 25주일. 성김대건 안드레아와 성정하상바오로와 동료순교자 대축일 경축이동 , 저의 졸필을 수원교구 주보에 연재한 글입니다. ***************************************************************
명도회장 정약종(아우구스티노) ④
*** 최초의 한글 교리서를 만들다 ***
" 집이 지어져 있는 것을 보면 그 목수를 보지 못하였다 해도 자연스럽게 그 집을 지은 목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천지 만물을 보면 천주님을 보지 못하였다 해도 자연스럽게 이를 조성하신 임자(주님)가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분은 주님이라는 것을 설명한 「주교요지」의 내용이다. 얼마나 이해하기 쉬운 비유인가? 까막눈이라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정약종(아우구스티노) 회장은 이처럼 글을 읽지 못하거나 어려운 한문을 알지 못하는 교우들을 위해 「주교요지」 안에서 천주성교의 주요 교리를 알기 쉽게 한글로 풀어 설명하였다.
이는 그 자신이 오랫동안 연구하고 엄격하게 실천해 온 교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또 직접 일반 양인이나 천민 출신의 교우들을 가르치면서 터득해 온 체험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주교요지」는 상편 32조목, 하편 11조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상편은 첫째 천주의 존재 증명, 둘째 천주의 속성, 셋째 도교·불교·민간 신앙에 대한 비판, 넷째 상선벌악 순으로 서술되었다.
그리고 하편은 성서에 바탕을 둔 계시와 구속 내용으로, 첫째 천지창조, 둘째 강생구속, 셋째 천주교 봉행 순으로 되어 있다. 천지창조·강생구속·삼위일체·상선벌악 등 4대 교리를 중심으로 한 주요 교리가 일목요연하게 서술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문모 신부는 이를 펴내도록 허락하면서 “조선에 요긴하기로는 중국 교회에서 널리 읽혀지는 교리서인 「성세추요」보다 더 낫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약종(아우구스티노) 회장은 이 교리서를 통해 확고한 천주관과 그리스도관을 바탕으로 한 구원사상을 표출하고자 하였다. 그는 천주를 임자요 뿌리요 대부모로 표현하였으며, 예수 그리스도를 천주와 사람의 중재자이신 거간(居間)으로, 혹은 만민의 머리로 설명하였다.
뿐만 아니라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유일한 창조주요 주재자로 설명하면서 천지의 큰 임금이요 큰 아버지이고, 전능하면서도 지엄·지공·지의한 절대자라는 것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였다.
“천주는 천지의 큰 임금이 되시며, 큰 아버지가 되시고, 만 가지 선의 근본이 되신다. 그러니 세상에서 누가 그 임금과 아버지를 모르면서 어떤 착한 일을 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불교나 유교나 도교와 같이 임금과 아버지를 모르는 도(道)를 어찌 도라 할 수 있겠는가.”
「주교요지」는 이후 널리 필사되어 나갔고, 박해기간 내내 신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정약종(아우구스티노) 회장의 아들 정하상(바오로) 성인도 이 교리서를 읽고 마음에 간직하였다.
정하상(바오로) 성인께서 체포되기 직전에 지었다는 「상재상서」 (上宰相書)를 보라, 주요 교리의 설명이 「주교요지」의 내용과 아주 흡사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주교요지」는 박해가 끝난 뒤인 1885년에 목판으로, 1887년에는 활판으로 간행된다. 물론 교우들 사이에서 전해져 온 필사본을 토대로 한 것이다.
그리고 1897년 열 아홉의 나이로 영세 입교하게 되는 신앙인이자 애국자인 안중근(토마스) 의사 또한 「주교요지」와 「상재상서」로 이어지는 정씨 집안의 신앙을 그대로 이어받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훗날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지은 자서전 「안응칠 역사」 안의 교리 내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자료 하나 없이 기억나는 대로 기술한 자서전, 머리 속에 간직되어 온 교리내용. 안중근 의사는 「주교요지」의 내용을 그때까지 고스란히 외우고 있 었다.
「주교요지」, 「상재상서」, 「안응칠 역사」 : “만일 사람이 천당과 지옥을 보지 못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있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것은 마치 유복자(遺腹子)가 아버지를 보지 못했다고 해서 아버지가 있는 것을 믿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또 소경이 하늘을 보지 못했다고 해서 하늘에 해가 있는 것을 믿지 않는 것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또 화려한 집을 보고서 그 집을 지을 때 직접 보지 못했다고 하여 그 집을 지은 목수가 있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면 어찌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는가.”
구산성지지기 정종득(바오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