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총성덕
제목십자성호 제대로 알기-12021-11-04 22:49
카테고리교리
작성자 Level 10

천주교에 입교하면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십자성호(十字聖號)이다. 따라서 천주교 신자는 누구나 십자성호를 자주 긋는다. 미사 중에, 기도할 때, 식사 전(前)과 식사 후(後) 등 때와 장소를 가르지 않고 기도문(성호경)과 함께 십자성호를 몸에 긋는다. 천주교 신자의 기본이자 매우 중요한 기도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 십자성호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본다.

  십자성호의 의미(소프트웨어)와 형식(하드웨어)으로 나누어 설명하기로 한다. 그에 앞서 십자가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1. 십자가의 의미.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십자가의 의미는 무엇일까?

 십자가는 고대부터 로마 시대에 이르기까지 큰 죄를 지은 죄인의 두 팔과 발에 못을 박고 매달아 죽이는데 쓰이는 처형 도구였다. 따라서 십자가는 치욕과 모멸의 상징이었다. 창조주 천주(天主)의 아들 예수께서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인간의 멸시와 고통 중에 죄인처럼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십자가는 구원의 표지로 바뀐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십자가를 가까이하고 따르기를 힘쓴다. 십자가를 통한 예수님의 구원사업을 기념하며 구원을 기도하기 위해서이다.

  십자가는 “예수의 십자가 죽음 때문에 그리스도교의 상징이 되었다. 대속(代贖)의 표상이자 그리스도교 신앙을 통한 구원의 상징이기도 하다.” [천주교 용어자료집]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마태 16:24)고 예수님은 말씀하시며 죽음과 부활에 대한 십자가의 신비를 깨우치도록 가르치셨다.


2. 성호경.

  오른 손으로는 몸에 십자표시를 그음과 동시에 입으로는 아래의 기도문을 외운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십자가를 그으며 바치는 기도문으로 성호경(聖號經)이라 한다. 짧고 간단하면서도 삼위일체 교리에 따르는 중요한 신앙고백의 기도이다. 

註) 현재의 성호경은 “,,, 이름으로, 아멘”하며 끝말을 생략하였다. 그러나 신앙선조의 천주성교공과에는 “,,,이름을 인(因)하여 하나이다. 아멘”으로 모든 기도가 삼위일체의 이름으로 말미암았음을 명화하게 하였다.


3 십자성호의 형식과 긋는 방법(하드웨어)

  십자성호 형식은 큰 십자성호와 작은 십자성호가 있는데 먼저 큰 십자성호를 긋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왼손을 허리 윗부분 배에 붙이고 오른 손가락을 모두 핀 상태에서 한데 모아 성호경과 함께 이마에 대며 “성부와”, 가슴 아래로 내려 대며 “성자와”, 왼편 어깨에 대며 “성”, 오른편 어깨에 대며 “령의”라고 하여 십자를 이룬 후, 오른손과 왼손을 가슴 앞에서 합장하여 붙이면서 “이름으로 아멘.”한다. 이때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왼손 엄지손가락 위에 십자형으로 겹쳐 놓으면 된다.


  작은 십자성호는 미사 중 복음 낭독이 시작되기 전에 오른손 엄지 손가락으로 성호경과 함께 이마, 입술, 가슴에 긋는다. 

  박해시대 때 천주교 신자임이 알려지면 자신의 목숨을 빼앗김은 물론 가문이 멸망하는 큰 화를 당하기에 마음 놓고 십자성호를 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십자성호를 그어야 할 때면 다른 사람 눈에 띠지 않게 몰래 옷깃 속에서 가슴에 작은 십자성호를 긋곤 했었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들었었다. 그후 종교의 자유로 맘대로 십자성호를 그을 수 있는 지금도 식사 전 기도 때 부끄러운 듯 가슴에 작은 십자성호를 긋는 모습을 가끔씩 보곤 한다.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큰 십자성호를 긋기가 멋쩍고 쑥스럽기 때문이겠지만 천주교 신자임을 나타내는 큰 십자성호를 떳떳하게 그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3. 십자성호의 의의

  종교의 주요 신비를 회상하는 십자성호는 당연히 전례 안에서 이루어진다. 십자성호는 그리스도의 수난, 곧 그분의 구원 행위의 상징일 뿐 아니라 그리스도를 모방하여 겪는 고통을 포함한 그리스도교 삶 전체를 뜻한다. 십자성호를 긋는 것은 신앙고백이며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결과로 획득된 구속을 희망하는 것이다. [출처: 전례사전]


십자성호에 대한 로마노 과르디니 신부님의 글.

  “십자가의 표시인 성호를 그을 바에야 제대로 옳게 긋자. 그저 아무렇게나 서둘러 남이 보아도 무언지 알아볼 수조차 없이 해서야 쓰겠는가. 아니다. 올바른 십자성호를 긋도록 하자. 천천히, 시원하게, 이마에서 가슴으로, 이 어깨에서 저 어깨로, 이렇게 하다 보면 온몸이 십자가의 표시와 하나가 됨을 느끼게 된다. 이마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다시 어깨에서 어깨로 그어나가는 성호에 모든 생각과 정성을 쏟으면 십자성호가 몸과 마음을 감싸주면서 나를 거두고 축복하고 거룩하게 함을 절로 느끼게 된다.


왜 그럴까! 그것은 십자가의 표시가 우주의 표시이고 구원의 표시인 까닭이다. 우리 주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려 모든 사람을 구원하셨다. 사람을 그 골수에 이르기까지 성화하시는 일 또한 이 십자가를 통해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도를 올리기에 앞서 십자성호부터 긋는 것이다. 기도를 드리고 나서 성호를 긋는 것은 하느님이 베푸신 바가 우리 안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이다. 유혹을 당할 때면 우리를 굳세게 해주도록. 위기에 처할 때면 우리를 감싸주도록, 축문을 외울 때면 하느님 생명의 풍만함이 우리 영혼도 온갖 결식과 강복으로 채워주시도록 성호를 긋는 것이다.” [로마노 과르디니, 장익 옮김, 「거룩한 표징」 13~14쪽, 분도출판사]


맺는 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인 천주님께 내 마음을 여는 열쇠인 십자성호, 악마의 유혹에서 지켜주시고 위험에서 구해 주시기를 청하는 자물쇠(방패)인 십자성호는 매우 단순하지만 중요한 기도이다. 따라서 그 중요한 십자성호를 별생각 없이 파리 날리듯 휘리릭 부주의하게 그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항상 믿음을 가지고 경건하게 그어야 할 것이다.